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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 합니다. 어렸을 적 기억에 내가 다닌 유치원에서는 그 달에 생일자들을 모아 놓고 단체로 축하해줬던 것 같은데 경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매달 생일자가 직접 생일 상을 차려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막상 생일이 다가오자 마음이 분주해졌다. 뭘 그까이꺼. 그냥 케잌,과일,과자면 되지 라고 생각했지만 케잌 사이즈는 젤 큰걸 사면 될지, 과일은 뭘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서 다른 아이들 생일상을 벤치마킹 하기로. 집에서는 마음껏 먹을 수 없었던 금지된 음식들이 박스안에 가득 담아있는 걸 보자 아침부터 내꺼라 소리지르며 대흥분 상태. 어린이집에 가서 생일축하 하는 거라고 하니 신발 신고 가겠다고 앞장서기까지. 촛불 끌때 흥분 최고조였을 듯 비슷비슷한 생일상 파인애플로 약간의 차별화 시도. 엄마.. 2012. 5. 18.
아이들은 자란다 경이는 조금 있으면 만 24개월, 두돌이 된다. 이제는 제법 말문이 트여서 문장으로도 이야기 한다. '집에 안가. 우유 주세요.' 등등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경선생 시봉이는 지난 달 25일, 뒤집기에 성공했다. 언니에 비해 한달여 늦긴 했지만, 어찌나 열심히인지 새벽 2시에도 낑낑 거리며 두 눈도 못뜬채로 뒤집기 삼매경 밖에서 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들'이라고 단정하고 말을 걸어와서 이제 일일이 딸이라 응대하기도 귀찮을 정도이다. 뒤집기 성공한 자의 여유로운 미소.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나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도 하면서도 동시에 이렇게 늙어가고 있는 거구나 싶어 한없이 쓸쓸하기도 한다. 김창완 아저씨가 명곡 '청춘'을 아들 돌 잔치를 하고 난 후에 만들었다고 하시던데, 그 기분.. 2012. 5. 3.
잔인한 4월 4월이 시작되자 마자 콧물을 흘리던 시경은 아직까지 중이염으로 고생중이다. 덕분에 엄마, 시성, 나까지 덩달아 기침과 콧물로 온 집안이 바이러스 천국 특히 나는 전에 없던 건선까지 생겨서 조금 추접스럽기도 하다. 애써 거울을 외면하기도. 얼마 전, 아는 언니네 집에 놀러갔는데, 집에 돌아가는 길에 언니가 주섬주섬 무언가를 가방에 넣어주길래 돌아와 보니 수분크림이었다. 고맙기도 했지만, 아 이 씁쓸한 기분이란. 전에는(언제라고 꼭 찝어 이야기 하기 어렵지만) 주말을 기다리곤 했는데 요즘 같아서는 주말보다는 평일이 더욱 좋고 월요일이 반갑다. 합리적인 남편님은 아이 때문이란 명목으로 대학원을 반학기 쉬기는 하지만 이런 저런 모임과 활동으로 바쁘다. 쿨하게 좋은 얼굴로 '다녀와'라고 하면 되지만 부글거리는 속.. 2012. 4. 21.
라디오를 켜고 남편과 아이들이 잠든 금요일 밤이다. 봄을 알리는 봄비가 내리는 이 밤. 모두 잠든 이 시간을 놓치기 아까워 무거워진 눈꺼풀을 겨우 올린다. 조심조심. 가스레인지 소리도 너무 크게 들리까봐 전자레인지에 생강차를 데운다. 꿀을 3스푼 넣고 휘휘 저으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라디오. 달콤한 DJ의 목소리 더더의 내게 다시가 들려온다. 대학교 일학년때 흥얼거리던 그 노래. 99년도, 노스탤지어 완전 돋네. 난 이래서 CBS 꿈음이 좋아. 혼자 한껏 오글거리고 싶을때 BGM 최고라는. 어머 존 레논의 'Love'가 나온다 아아. 오늘밤 이렇게 이어폰으로 숨죽이고 들어야 하다니 게다가 생강차와 함께라니...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음악만 듣자구나. 2012. 3. 16.
10분전 여유 밤새 내린 것도 부족했는지 아침까지 이어지는 봄비. 시아버지께 부탁해서 시경을 어린이집에 차로 데려다주고 그 길로 내려와 은행앞에서 대기. 카드 비밀번호 오류때문에 꼭 지점을 방문해야 한다는데 어찌나 귀찮은지. 시계를 보니 8시 40분. 사무실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는 사람들 틈바구니속에서 누가봐도 아줌마티를 역력하게 내고 있는 내가 이질감이 느껴진다. 두터운 코트를 벗고 상큼하게 가벼운 레인코트를 입은 여자분을 보니 모자를 푹 눌러쓰고 싶은 기분. 하지만 아직도 굳게 닫힌 저 은행 철문이 열리려면 15분이나 남았다. 따듯한 커피 한잔이 그리워 주위를 둘러본다. 자판기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득 뉴스에 나온 자판기 커피가 생각나 고개를 돌린다. 아 옆건물에 파리바게트가 있었지. 다시금 출근 하는 .. 2012. 3. 6.
그랜드힐튼호텔에서-1박 2일 결혼 4주년을 맞이하여 남편이 건네 준 선물 사실 나는 '투명하면서도 블링블링하여 나의 쇄골에 잘 어울릴 그것'을 바랬지만 그는 가족 모두의 선물을 준비했다. 그랜드힐튼호텔 숙박권 신혼 첫날밤을 여기에서 보내고, 한산한 수영장과 조식에 반해 그 해 가을 다시 한번 찾았었던 우리만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두 아이를 데리고 과연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이번 처럼 샌드위치 휴가 내기 쉽지 않을거라는 남편의 말에 크게 끄덕여주며 휴... 아쉬움이 담긴 한숨을 몇 번 토하듯 내쉰다. 이번이 마치 마지막 기회라는 듯. 이럴 때는 정말이지 호흡도 척척. 남편은 짐싸기 신공 발휘 1박 2일인데, 장기 여행 떠나는 사람마냥 어깨에 배낭, 두손 가득. 다 우리 딸래미들 옷가지와 기저귀 등등 그래도 마.. 2012. 3. 5.
애인 있어요 간만에 친구들을 만나서인지 카페인, 고작 아메리카노 일잔이지만 순식간에 흡입을 해서인지 흥분히 쉬이 가라앉지 않아, 잠을 잘 수가 없다. 심장이 벌렁벌렁.두근두근.콩닥콩닥 CBS 꿈음을 들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남편과 두 아이는 꿈나라 여행중 엄마가 오쿠로 달여놓으신 도라지배물을 홀짝홀짝 마셔가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인순이의 '거위의 꿈'을 따라 부른다. 10년을 넘게 만나는 친구들 한 녀석은 매번 무리수 여행을 하는데, 이번 설날에 민족대이동을 하는 중국 상하이를 다녀왔단다. 또 한 녀석은 '애인 있어요' 라며 풋풋한 연애담을 풀어놓았다. 어찌 되었든, 연애하는 뇨자가 가장 부럽다는. 애인 있는 그녀가 호기롭게 시킨 대낮의 맥주와 연두부샐러드 (퓨어아레나) 폭풍흡입한 바나나스폰지케잌과 .. 2012. 2. 27.
결혼 4주년 믿을 수 없지만 결혼한지 만 4년이 되었다. 비좁은 서울땅에 둥지를 틀고, 연이어 태어난 두 아이를 위해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우리 부부 감기로 고생인 시경과 낑낑대는 시성을 재워 놓고 밤 10시에 식탁에 앉아 와인을 기울이며 서로 축하했다. 우리가 계획했던대로 살아가고 있진 않지만. 지금의 삶도 감사할 나름이라고. 2012. 2. 24.
브로콜리 너마저 얼마 전, 집 근처에 대형 마트가 생겼다. 그 동안 주로 동네슈퍼와 시장을 이용했던 우리지만, 날도 추운데다가, 두 아이를 데리고 시장을 돌아다니기 어려워 - 솔직히 말하자면, 마트에라도 나가 바람을 쐬고 싶다는 나의 강력한 의지로- 토요일 오후마다 마트에 가고 있다. 그 날 필요한 물품을 제외하고는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채소, 과일등 카트 안 내용물은 유사하다. 특히 채소는 매주 양상추,브로콜리, 토마토 등은 빼놓지 않는데 방울토마토는 지난 주 대비 천원 인상, 브로콜리는 거의 두배 정도 비싸졌다. 좋아하는 파프리카는 2개에 약 5천원. 너무한다 너무해. 한번 치솟은 물가가 떨어지긴 하려나. 매일 식탁에서 반갑게 마주하던 브로콜리마저 앞으로 만나기 힘든것인가. 지난 주 '오늘의 상품'으로 팔던 걸 2.. 2012. 2. 19.
자유시간 친정어머니가 갑상선 식이요법 때문에 2주간 집을 비우신다. 그래서 매 아침마다 한바탕 전쟁같은 시간을 보낸 후 시경, 시성을 끌고 시댁에 내려간다. 시경은 내려가는 중간에 어린이집에 맡기고, 남푠에게 회사 잘 다녀오라고 빠이빠이 한 후 시이모가 즐겨보시는 아침드라마를 각 방송사별로 3단콤보로 보고 나서 집안일을 하러 나만 잠시 올라온다. 이때 약 2시간의 자유시간이 생긴다. '빨래만 돌리고 내가 좋아하는 난다 작가 만화를 봐야지 청소기만 돌리고 커피 한잔 해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시계를 보면 벌써 올라갈 시간. 오늘은 과감히 걸레질을 스킵하고 시성 때문에 멀리한 커피도 앞에 두고 홀짝 거리며 잠시 한숨을 돌리는 중이다. 정돈된 싱크대 힘차게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 뽀드득 거리게 팔팔 삶아 건조대에 올려놓은.. 2012.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