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87 힘을 내요 Mr. Ju 주일 아침 누구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던 남편이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준비한다고 새벽 5시에 일어나 공부를 하던 것이 화근인듯 주말에 동네에 생긴 마트를 다녀온 것 외에는 집에서 자고 먹고 애기들과 씨름하기를 반복. 연속 다섯 끼 이상을 차려주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최소한 시댁에 가거나, 외식을 하거나 교회에 가서 점심은 먹었으니, 12kg에 달하는 주시경을 안고 재우느라 힘이 빠진 나지만, 기력이 쇠한 남편에게 힘내라 주는 '러브푸드' 바로 '마늘새송이버섯구이' 나름 바질도 넣고, 파슬리로 멋도 부렸는데 조명 때문에 이렇게 맛없게 나왔을 것이다. 아마도... 2012. 2. 13. 잉여적 삶, 셀루라이트, 천사아내 매일 아침 무작정 떼를 쓰는 시경을 어르고 달래 겨우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온다. 코가 막혀 잠을 자지 못하는 날에는 동네 이비인후과도 한 번 가주고. 결코 마을버스는 타지 않고 걸어간다. 조금이라도 운동이 될까하고. 돌아와서는, 둘째가 누워 자지 않는 다는 이유(혹은 핑계로) 로 애를 안고는 TV 앞에서 채널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오전을 소비하다가 점심 때 밥 한술 먹고 책을 펼쳤다, 다시 아이의 칭얼대는 소리에 덮었다를 반복하다 그것도 지쳐서 포기. 가만히 멍때리고 앉아 있는다. 그저께는 엄마가 시경이 주려고 성당에서 가져온 젤리의 갯수를 셀뻔 했다.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나를 보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정신 줄 놓치 말라며.' 안되겠다 싶어 해커스토익보카를 열고 아는 단어를 체크하기 시작해보니.. 2012. 2. 7. 5월에 만나요 2월 중순이면 복직을 해야 하지만 도저히 이 상황에서 출근은 어려울 것 같아, 어제 팀장님을 만나서 육아휴직을 말씀드렸다. 안그래도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컨펌 안해주심 어카나' 하고 전날 밤잠을 못이뤘는데 쿨하게 수락해 주셨다. 원하는대로 되었는데도 근데, 내 마음은 왜 이런가. 7년 넘게 있었던 곳에 간만에 돌아가니, 마치 거기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 같고 지금 집에서의 '엄마'로서의 생활은 '임시'로 하는 것 처럼 느껴져 돌아오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뭐 일이 대단히 하고 싶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옹알이를 시작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둘째 녀석과 하루 종일 살부대끼며 하는 생활이 즐겁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왜 이렇게 마음이 헛헛한 것일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죄책.. 2012. 1. 27. 나는 엄마다 연 이틀동안 둘째를 혼자 돌보고 있다. 엄마가 계실땐 적어도 밥은 씹어 먹을 수 있었는데 오늘은 미역국에 말아 그저 마셔버릴 수 있는 것조차 감사해야 할 만큼 우리 껌딱지는 떨어지지 않는다. 어쩜 살짝 내려 놓으려고만 해도. 그리 귀신같이 알아채는지. 하루종일 집에서 아이와 씨름하다보니. 우울하다가도.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다시 그리워질거라 위로하다가.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가. 끊임없이 자아분열하고 있다. 엄마 평가단이 있어 내 점수를 매긴다면 나는 벌써 탈락 했을지도 그래도 나름 엄마다. 2012. 1. 13. 우물쭈물 하다가 둘째 깨겠네 산후조리원을 나온지 어언 한달 등에 센서가 달린 둘째 덕분에 2~3시간 단위로 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어김없이 퇴근을 해서 하루가 이렇게 가는 구나 라는 생각은 들지만. 나는 둘째 수유시간에 맞춰 살고 있으니... 둘째를 키워보니 시경이가 얼마나 순했던 아이인가. 새삼 깨닫게 된다. 둘째는 어린이집 다니는 언니 덕분에 태어난지 50일만에 감기에 걸렸다. 항생제 먹느라 하루에 묽은변을 10번도 더 싸서 원숭이 엉덩이가 되어 버린. 안쓰럽고, 저렇게 힘드니 더 잠을 못자는 거겠지 라고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밤마다 악을 쓰고 울어댈때면 정말이지 뛰어 내리고 싶다 - 그러나 우리집 2층이라는거;;;- 등센서 달린 아가들을 위한 70만원대 흔들침대를 야심차게 대여해 봤지만, 전혀 우리 예민아씨에.. 2012. 1. 12. 산후조리원 마지막 밤 믿을 수 없다. 2주가 이렇게 빨리 지났다니... 남편은 오늘 내게 'Welcome to the real world' 라며 집으로의 복귀를 무척이나 기뻐했다. 산후조리원 생활을 가장 부러워했던 사람이기에, 은근히 고소해 하는 것 같기도. 어찌되었든, 시경이가 시무룩해하고, '엄마'라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으려 한다길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서 더 있을 수도 없었으니. 1주간 더 버텨보려했던 의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엄마의 이름으로 돌아간다. 시경아 기달료. 첫눈이 흩날리는 아침, 둘째를 품에 안고 창밖을 보니 너무 평화로웠다. 신호등에 맞춰 움직이는 차들과 옷깃을 단단히 세우고 지나가는 사람들. 나도 얼마 전까지 아침을 바삐 시작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 금방 쉽게.. 2011. 12. 9. 오늘의 잡문 저녁 8시가 되면 어김없이 야식이 나온다. 장금이 수준의 요리솜씨를 폼내시는 주방장님 덕분에 매일 어떤 음식이 나올까 기대를 갖게 되는데. 오늘은 '떡국' 이었다. 간식은 대체로 식당에서 먹지 않고, 각자의 방으로 가져간다. 특히 저녁에는 남편들이 와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같이 먹기 위해 가져가는데 나는 혼자 있으니 식당에서 먹기도 하고, 방에 가져와 TV를 보면서 먹기도 하고, 때에 따라 다르다. 오늘은 배를 우적우적 씹어대며 인터넷 기사들을 훑어보다가 그것도 금방 시들해져서 인터넷서점 사이트에 로긴하여 볼만한 책이 없는지 리뷰를 검색한다. '안보는 책 사재기' 습관은 결혼 후 남편의 잔소리로 인해 일부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책을 보면 욕심이 생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책 '잡문집'이 나왔길래, 동.. 2011. 12. 2. 조리원 일상 조리원에 들어오지 사흘 째이다.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소소한 재미도 있고 나름 잘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수유를 마치고, 꼼꼼히 샤워를 하고, 머리도 천천히 말리고, 얼굴에 수분에센스도 챙겨 바르고 물 한잔을 마시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집에서 경이와 있을때는 모든 것들을 빛의 속도로 하고 경에게 온통 집중해야 했는데, 여기에서만은 오로지 나를 위해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2주간의 한정된 시간이기 때문에 더 그럴 지 모르지만. 수술을 많이 해서인지, 이번에는 훗배앓이가 여간 심한게 아니다. 배가 찢어질듯 하면서 순간 숨이 턱하니 막힐 지경이니, 이렇게 배 아파서 낳고, 기르기 때문에 아이를 나의 일부로 생각하는게 아닐까. 10층 건물이라, 밤이 되면 내부순환도로를 지나는 차.. 2011. 11. 30. 2011년 11월 21일.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다 오늘. 드디어 두 딸의 엄마가 되었다. 뿌듯함과 대견함도 잠시. 진통제와 무통주사를 맞아도 참기 힘든 고통. 그래도 자정이 가까워 지니 조금은 살 만 하다 제일병원에서만 4번째 수술 이제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다 주치의 선생님도 유착이 심하니 셋째는 낳지 말라며 말끝을 흐리신다. 그럼요. 저도 이제 더는 못낳겠어요 오늘 밤은 병실이 고요하다 어제는 코 골고 이 가는 옆 침대 남편때문에 밤새 뜬 눈으로 지새웠는데. 다들 집에 가셨나? 남편도 간이침대에 쪼그려 자고 있다. 안쓰러워보이지만. 저 정도 고생은 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게다가 저녁도 먹었잖아. 나는 내일까지 이틀간 금식이라고 내일부터는 일어나는 연습부터 해서 아기를 보러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겁난다. 어느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아픔... 2011. 11. 22. 4일 남았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휴가다운 휴가를 즐기고 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하루, 이틀씩 내다 보니 연달아 휴가를 쓰지 못했는데, 한주 마음먹고 그동안 못한 일들을 하니 얼마나 즐거운지. 그러나, 이것도 4일 남았구나... 아 아쉬워라. 돌아오는 일요일, 입원을 하고 그 다음날인 월요일 오전에 수술한다. 둘째는 꼭 1인실에 입원하겠다고, 애 낳고는 나도 '샤넬백'정도는 사겠노라고 다짐했지만 이렇게 연년생일줄이야... 시경이는 본능적으로 자기 자리가 위협받는 다는 사실을 아는건지 요 며칠 동안은 자다 깨서 '엄마'를 여러 번 찾는다. 회사분들 반응은 '부럽다, 무모하다, 용기가 대단하다'등으로 다양했는데, 허리디스크와 두려움(다시 또 그 삐약거리는 신생아를 길러야 한다는 사실)으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회사.. 2011. 11. 16. 이전 1 ··· 34 35 36 37 38 39 40 ··· 4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