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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나의 밤 그리고. 경으로 인해 나는 밤을 잃어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의 밤은 삼등분이 되었다. 열시면 잠이 들어, 두시에 한 번, 다섯시에 한번 정도 일어나 수유를 하거나 유축을 하게 되어 말이다. 남편과 도란도란 하루 일과를 이야기 하며 잠자리에 들었던 날들이 어렴풋하게 생각이 날 정도니 (그래봐야 불과 40여일 전인데,,)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 돌아서면 배고프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모두 위장으로 털어 넣은 후 공연히 화장실 앞 체중계에 화풀이다. 뱃살은 빠지지 않고 손목과 무릎은 시큰거린다. 폭삭 늙어버린듯한 얼굴 거울 속의 낯선 여인이 묻는다. '누구냐 넌.'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대한민국의 '아줌마' 카테고리로 분류된 나는 모든 화폐단위를 기저귀갯수로 환산하고 매일 육아카페에 드나들며 초.. 2010. 6. 25.
배고파요 넌 참 이뻐. 얼마나 잘 먹는지 매 시간마다 요렇게 입을 오물거리며 '밥줘요 밥줘!'를 외치는 네가 참 이뻐. 그래도 말야. 밥이 좀 늦어진다고 해도 요런 표정은 곤란해 우리 이쁘게 서로 이야기 하자고. 2010. 6. 17.
그녀가 하는 일 우리의 그녀=경은 하루 종일 먹고, 싸고, 잔다. 신생아 평균 수면시간이 16시간 정도 라고 하는데 바람직하게도 그녀는 평균적인 일과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본능에만 충실하기만 해도 부모를 포함한 주변사람들로부터 무한 칭찬을 받고 사랑을 받는 시기가 인생에 또 있을까. 응가를 해도 밥먹고 트림을 끄윽 해도 혼자 버둥대며 놀고 있어도 잠을 자도 세상에서 둘도 없는 가장 이쁘고 착한 아기라고 하루에도 백만번 이상 칭찬을 받으니. 가끔은 그녀가 부럽기도 하다. 쉬익쉬익- 근면한 유축기의 부름을 받고,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 앉으니 동이 터 오른다. 오늘 하루도 시작되는구나 그녀가 태어나고 계속 반복되는 일상 내게는 반복이지만, 그녀에게는 매일이 새로운 세계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시경 언제쯤 우리는 .. 2010. 6. 11.
공장장과 밀크머신 하루에도 수없이 분유수유의 유혹에 흔들린다. 그렇다고 완벽한 100% 모유수유만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모유수유의 길이 험난하고 힘들 줄이야. 역시, 글로만 배운 육아는 다 소용없다. 하루 12시간 이상 밀크머신으로 풀가동중인 와락 밤마다 공장장으로 변한 남편은 도와준다는 미명아래 유축을 '독려'하는데, 채찍만 휘두르지 않았을 뿐... 밀크머신으로의 행보가 언제까지 계속 될지 두고봐야 겠지만 엄마가 되는 길은 너무나 힘들구나 100일까지 옆에 있지도 못하고 시경이 기저귀값 벌러 나가야 하는 엄마라서.(기저기값 왜 이리 비싸나..) 해줄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노력해 보마. 이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잔병치레 없이 지금처럼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주었으면. 2010. 6. 9.
태어난지 일주일 태어난지 일주일째 찍은 사진이다. 오늘은 9일 되는 날. 아직은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남편도 마찬가지인 듯 싶고 몹시 괴로웠던 일주일간의 (악몽같은) 시간들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아 너무 힘들었어. 뱃속에서부터 꼬물거리던 미지의 존재가 이렇게 실체가 되어 내 앞에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정말 내 아기 맞아?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다니.. 내 참.. 내가? 아직도 의문스럽지만, 앞에서 먹겠다고 입을 아기새처럼 조악거리며 달려드는 아이를 보며 더욱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막중한 책임감과 동시에 태어난지 열흘도 안된 이 꼬마인간에게 무한애정을 느끼며 하루를 보낸다. 앞으로 우리 잘 살아보자. 2010. 5. 29.
네오를 만나기 10일전 원래 예정일은 6월 1일이지만,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5월 20일에 네오와 만난다. 5월 20일은 내 생일이기도 해서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지만 (자식 생일에 뒤로 밀려, 미역국도 제대로 못 얻어먹을까 싶어) 어찌 어찌 내가 태어난 날에 첫애를 낳게 된다. 아직 더 살아봐야 하지만 네오의 인생은 반짝거리고 황홀했으면 싶어서 처음엔 생일이 같다는게 약간 찜찜했으나. 세 번의 고비를 넘기고도, 뱃속에서 너무나 잘 버텨온 아이를 생각해보면 힘든 역경도 잘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반짝거리던, 물 흐르듯 잔잔하든, 폭풍이 몰아치듯 격정적이든 본인이 알아서 살아가야겠지. 4월부터는 애기 낳고는 정신이 하나도 없을것이라는 주변언니들의 조언을 듣고 닥치는 대로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다. 한 30여권 정도 읽으니..... 2010. 5. 10.
캥거루 같아요. 정말요. 1. 캥거루 아침에 거울 속에 비친 내 배를 보면서 캥거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만 못볼 뿐이지 존재감을 시시때때로 드러내는 네오. 후반기가 되면 청각에 더욱 예민해 진다고 동요 같은 음악을 들려주면 몹시 움찔거리며 발차기를 해댄다. 아프다 쓰다듬으며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잠잠해지는. 뱃 속에서 꼬물거리는 이 느낌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까지라도 즐겨야지. 2. 공기청정기 스물 다섯살이 넘어서야 생긴 알레르기 비염. 임신하고서는 더욱 심해졌는데, 4월 되니 그 정도가 심해져서 아침마다 기침과 콧물에 정신을 차리기도 힘들다. 그래도 공기 청정기까지 살 생각은 못했는데 혹여라도 네오에게 안 좋을까봐. 오늘 바로 구매해버렸다. 더 조를 허리도 없는데, 빠짝 당겨야함.. 3. 아기목튜브 예찬맘에게 .. 2010. 4. 2.
청춘의 독서 요즘 유명인사를 비롯해서, 평범한 직장인까지 서평 에세이를 내는 것이 유행처럼 되버린 것 같다. 내가 읽은 책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보았을까. 호기심에 대충 훑어보는 정도였는데. '청춘의 독서'는 의자를 당기고 바르게 앉아 꼼꼼히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야 할 것 같았다. 대학 시절에 이런 책을 보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14권의 책중, 가장 인상깊은 책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최근 들어 전해오는 흉흉한 소식들,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보이는 것과 진실의 거리의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 "이것은 문명의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던 위대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위대한 책을 남긴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 책들에 기대어 나름의 행로를 걸었던 내 자신과 .. 2010. 4. 1.
2리터의 보리차 운동도 허용이 안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간단한 손체조 정도이다. 덕분에, 변비가 심해져서 아침마다 화장실 가기가 두려워지는 ㅠㅠ 의사선생님 말로는 하루 2리터의 물을 먹고(우유를 먹는게 수분을 흡수한다고 생각하지 말라네) 매 끼니때마다 한 접시이상의 야채를 먹으라는 과일도 하루에 사과 하나 이상을 먹을수 없으니 칼로리가 낮은 토마토와 브로콜리, 당근을 먹고 있다. 물은 끓여서도 먹고, 생수도 사먹었는데 작정하고 하루 2리터를 먹으려니 힘들어서 보리차 티백을 사서 넣었다. 지금 내 옆에도 약 200ml 의 보리차 한 잔이. 2010. 3. 29.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김영하의 시칠리아 여행기이다. 사실, 난 여행기는 그닥 즐겨 읽지 않는데. 그의 다른 여행기들도 읽지 않았고. '시칠리아'가 주는 묘한 기대감에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그가 상상했던 대로, 따사로운 햇볕과 사이프러스, 잔잔한 지중해, 언덕 위의 올리브 나무 신선한 와인과 맛있는 파스타... 마흔의 나이에 아쉬울 것이 없는 환경- 잘 나가는 소설가이자 국립예술대학교 교수,라디오 문화프로그램 진행자- 누구나 부러워 할 위치였지만, 그것이 자유로운 영혼인 그를 숨막히게 했다고 한다. "저주의 대가로 월급과 연금을 보장받고 꽤 쏠쏠한 출연료를 받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뒤통수 어딘가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기분이었다. 쉬익쉬익, 기분 나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모든 걸 훌훌 털고 아내와 시칠리아로 향하는 그를 .. 2010.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