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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독설: 괜찮아,울지마, 잘할거야. 요즘 남편과 나는 바늘로 서로의 상처를 꿰매주기는 커녕,그 바늘 끝으로 후벼파고 있다. 2주 전에는무슨 말 끝에, '모성애 없는 여자의 기준이 바로 나'라고 해서내 두 귀를 의심했는데, 아무리 우리 관계가 다시 좋아진다고 하더라도그가 내게 뱉은 그 말은 문신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제주 출장 3박 4일 후, 몸살이 났다는 이유로 누운 채,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고그리 생각했다는 것인데, 너무 아파 링겔을 맞고 온 나는 어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허탈하기까지.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지난 제주 출장에서, 날 만나는 모팀의 팀장님이 내 이름은 잘 기억 못하면서'XX팀'에 있었다고 하니 그 알듯 말듯 요상한 미소를 지어서 지금의 사수에게대체 4년전에 내가 어느 정도였냐 물어보니 그때 당시 '미친.. 2012. 11. 18.
지금은 새벽 2시 반 저녁 미팅을 하고 부리나케 집에 달려오니폭삭 늙은 할머니가 두 아이를 보고 계셨다.빨갛게 충혈된 눈, 헝클어진 머리, 창백한 얼굴, 작은 어깨, 굽어진 허리.마치 나쁜 마녀의 계략으로 한 순간에 할머니로 변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아침에 보았던 우리 엄마보다 열배나 더 늙어버린 엄마가 거기 그렇게 서 계셨다. 순간, 내가 뭐라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이 시간까지 미팅을 하고, 이러고 집에 오는건가. 라는 생각에정신이 혼미해졌다.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간단히 세수를 한 후시경이 어린이집 알림장을 확인하고, 두 아이 감기약을 먹이고,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내가 이렇게 방문을 닫아야그제서야 조금이나 쉴 수 있는 우리 엄마.그리고 나는 애들을 재운후 12시가 되는 시간에 일어나 다시 일을 .. 2012. 11. 13.
짜증을 내어서 무얼하나. 비오는 월요일 아침,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를 들으며 출근.한강진역에 내려서 자꾸 떨어지는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꽂고, 가을비에 떨어진 낙엽들을 보며 회사에 도착. 수위 아저씨께 가벼운 목례를 하고 4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에 탑승.작년에 같이 일하던 다른팀 분과 마주치자 서로 어색한 웃음. '요즘엔 머하세요, 저는 다른팀으로 이동했어요' 별로 궁금해 하지 않을 나의 안부를 다 전하기도 전에 4층에 먼저 내리게 됨. 머쓱해진 얼굴로 담에 보자며 인사를 하고 사무실 제일 끝에 있는 내 자리로 총총. 정산의 시기라, 오자마자 계산서와 결재품의 상신 문서들이 잔뜩.메시지가 여기저기서, 업체에서는 입금이 안되었다고, 정산 담당자분은 확인해 달라고.'휴-' 심호흡을 크게 내쉬고, 준비된 골기퍼처럼 요리.. 2012. 11. 6.
일과 게임 오늘 기획팀 담당자와 점심을 먹으며, 조직개편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그에게 '어떠세요?' 라고 묻자,'미생' 보세요? 라고 답이 돌아왔다.'미생에 나오잖아요. 회사에 나왔으면 게임을 하지 말고 일을 해야죠'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er/18259 맞다.미생을 보고 무릎을 쳤던 그 순간보다오늘 기획팀 담당자가 예의 그 무덤덤한 목소리로 던지듯 말한'게임이 아니라 일을 해야죠'가 더 여운이 남는. 2012. 10. 29.
정지의 결혼식 정지가 시집을 갔다. 청주 남자를 만나, 청주에서 결혼을 하다니.우리의 정지가! 아침 7시 반에 집앞으로 픽업 온 오양차를 타고 내려가면서'믿을 수 없어, 정말 인생은 모른다니까' 라며 가볍게 웃어 넘겼는데,청주에 진입해 논밭을 가르며 저 만치 홀로 서 있는 식장 앞에 다다르자,눈물이 날 정도로 큰 소리로, 허리가 끊어지게 깔깔 댔다. 식장 안 ATM 기계에서 축의금을 인출하고앞에 있는 하얀봉투에 또박또박 각자의 이름을 쓰기 시작.내 이름 세 글자를 나름 열심히 써가니, 오양이 옆에서 '진짜 못쓴다'고 놀림.자기 차례가 되자 우쭐거리며 펜을 채가더니 나 만큼이나 '삐뚤빼뚤'그래서 우리는 친구지.신부 대기실에 조신하게 앉아있을 정지를 떠올리며,계단을 올라가자, 밖과는 다르게 꽤 넓고 럭셔리해 보이는 식장 .. 2012. 10. 15.
감히, 외과의사의 마음으로 5년만에 피벗을 돌리고 데이타의 행과 열을 요리조리 바꿔가며 결과치를 만들어내고 보니집에서 아그들이 기다린다는 것도 잠시 잊을 만큼, 나름 몰입의 즐거움을 느꼈다. 김자가 본인은 '외과의사의 마음으로 엑셀을 집도하고 있단다'라는 멘트를 치는데풉. 너무 웃겨서, 혼자 꺅꺅 거렸다. 맥락을 이해해 주는, 어떤 개그를 쳐도 그저 웃어주기보다 더한 애드립을 발휘해 주는 동료가 있어서 참으로 회사 생활이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 4시까지 그녀가 한땀한땀 함수를 돌리는 것에 비하면, 나는 그저 시경이 얼굴에 마데카솔 발라주는 정도이니. 구내식당에서 싸구려 생선커틀릿을 먹고 올라와 자리에 앉았다. 핸드폰을 usb에 꽂아 충전을 하고, 오전에 쳐낸 업무들에 '완료' 표시를, 그리고선 10cm의 신곡을 플레이 시킨다.. 2012. 10. 9.
수고했어 오늘도 연휴 내내 9시 전에 잠들었는데,오늘은 오후에 먹은 커피 때문인지 쉽사리 잠이 들지 않아영어낭독훈련 책을 펼쳐놓고 30분간 중학교 1학년 수준의 문장을 큰소리로 따라 읽은 후,'뭔가 했다'는 작은 성취감에 금방 또 즐거워져 냉장고 안의 유산균 요구르트를 꺼내 먹으며놋북을 키고야 말았다. 얼마만이야.아무도 방해 하는 사람 없이,오롯이 이 밤, 루시드폴의 '오, 사랑' 숨소리, 침 삼키는 소리 까지 들을 수 있는고요한 시간이 허락되었다니. 남편은 작은 방에 들어가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 올려 덮은 후작은 아이폰으로 박지성 축구를 보고 있다. 평화방송 정도까지만 나오는 우리의 뚱뚱한 바보상자.그저 남편은 저렇게 아이폰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오늘은 끼니를 모두 집에서 해결했다.아침은 기본반찬, 계란후라이, 김 점.. 2012. 10. 7.
아이들은 자란다 2 경이는 선글라스를 좋아한다. 외출할 때는 발음은 새지만 정확하게 '내 선구라스 듀세요' 라고 말하고, 저렇게 시크한 표정으로 돌아다닌다. 남편이 만들어준 말도 안되는 종이 모자를 쓰고서는 '엄마 나 머찌지? 나 최고' 라며. 꼬물꼬물 기어다니며, 멍때리는 표정으로만 있던 아이와 이제 대화가 되다니. 성이는 벙긋벙긋 잘 웃는다 눈웃음을 지으며 애교를 부려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라는 표현, 시성이를 낳고서야 100% 이해하게 되었다는. 곧 돌 사진을 찍으러 가는 우리 둘째, 곰퉁이, 막내, 벙글이, 이뿐이, 별명도 수식어도 많은 사랑스런 우리 아기, 내 새끼 첫째와 둘째는 고작 18개월 정도 차이가 날 뿐인데, 시경이는 듬직하니 믿음직스럽고, 시성이는 마냥 귀.. 2012. 10. 4.
떡꼬치와 계약서 # 출근이 빨라져. 다른 팀으로 이동되고 나서, 한달 여 동안은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일찍 출근하면, 업무가 종료된 후(강제 종료) 퇴근 시간에 대해서는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정말 '쿨하신' 팀장님 덕분에, '야호'를 부르다가.막상 '너만 기다렸어. 어서와' 반기듯, 줄줄이 쏘세지 햄처럼 끊이지 않는 업무로 요즘에는 8시 반 출근 하고 있다. 그래서, 점심도 먹는 둥 마는둥, 점심시간조차도 계약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 # 영어 울렁증 회복 불가능 해외증시 관련 업무를 맡아서, 외국에 있는 증시업체의 컨택포인트가 '나'로 지정되었는데,아직까지는 이전 담당자 분이 지원해 주고 계시긴 하지만, 간간히 내가 직접 메일을 써야 하는 업무가 생기고 있어서해당 메일 폴더가 활성화 될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린다.오죽하면,.. 2012. 9. 17.
치즈케잌과 남편 내일이 새로울 수 없으리라는 확실한 예감에 사로잡히는 중년의 가을은 난감하다. 김훈 누군가가 김훈 bot을 리트윗하였다. 아침에 남편이 보낸 메시지 때문인지, 아니면 가을 느낌이 물씬 나는 바람이 불기 때문인지 저 문장만으로도 쿵하고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 한창 연애했을 때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나나 남편이나 우리는 많이 늙었지만, 노화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여자이고, 좀 더 어린 나만의 문제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왁스를 권해도 고개를 내젓던 그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게 처음엔 우습다가, 생각할수록 점점 짠해졌다. 언제나 나와의 관계에 있어 가끔은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적정하게 거리를 두고 앵거 매니지먼트 스킬을 계속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대부분 폭발되지만- 남들이 보기엔 내가 더 이상하겠지만, '뭔가.. 2012.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