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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근, 설레이는 마음 어제부터 제주에서 출근하고 있다.이사는 다음주에 오지만, 우선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제주에서 바로 출근.같은 회사에서의 트랜스퍼지만, 묘한 기대와 설렘. 긴장까지. 이직하는 기분이 이런걸까.공기가 다르다. 아직은 머라 말하기 어렵지만, 나도 곧 적응하겠지. 여자 숙소에서는 네트워크가 잡히지 않아서가져간 노트북도 유명무실, LTE도 안되서 스마트폰 마저 먹통TV는 보고 싶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누워서 이 생각. 저 생각. 어쩜 책 한권도 안가져 갔는지.새벽에 일어나 일찍 회사에 나왔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빈 사무실.저 멀리 안개에 쌓인 한라산도 보이고 아직은 이 풍경에 '와-'하는 마음이지만.언젠가는 나도 당연하듯 바라보겠지. 그 언젠가는 아주 오랜 후에 오길 바라며.모차르트 오보에 협주곡 C장조 1악.. 2013. 1. 15.
2012년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평소보다 1.5배 이상의 포용력을 갖게 되고 무척이나 센치한 여인네가 되어 가재미눈으로 힐끗거리며 투닥거리던 남편과도 평화휴전을 맺고 서로에게 소중한 부부로 돌아간다. 오늘 밤은 맥주라도 한 잔 하자고 의기투합한 우리는 무려 한 시간 반동안 두 아이를 재운 후(재우다 잠들지 않으려 얼마나 노력했는가!) 비비큐에서 후라이반,양념반 치킨 한 마리를 시켜 사이좋게 나눠 먹으며 2012년을 돌아봤다. 남편은무사히 대학원 한 한기를 마쳤고(이제 총 5학기 중 한 한기만 남았다)회사에서 제일 많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100% 본인 이야기)공인중개사 시험 1차에 합격올해도 어김없이 미사리 수영대회에 출전하여 메달 획득 나는둘째 낳은 후 교착상태에 빠져, 산후우울증으로 고생했지만 .. 2013. 1. 1.
최고의 선물 연속으로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게 되었다.사다보니 네 것도 사게되었다는 그 말에, 삭막한 가슴에 무거운 추 하나가 툭 떨어지는 느낌. 미리, 내가 먼저 준비했더라면 좋았을 걸. 받아든 두 손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자그마한 선물을 몇 개 준비해 퇴근 무렵 전해드렸다. 회사 나오는 일 자체가 고역이던 시기에 나에게 손 내밀어 주고, 웃음과 목표를 다시 찾아 준 분에게.회사생활을 비롯하여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 솔로몬과 같은 답을 주는 티칭과 코칭의 달인인 대인배에게.위로는 화려한 어휘로 조합한 말들이 아니라, 그저 들어주고, 끄덕여주고, 공감하는 것이라는 걸 알려준 그 분에게.그리고, 공연장에서 추위에 곱은 손을 호호 불며 일할 하나 뿐인 내 동생에게. 한 해를 돌아보며 감사한 분에게 큰 선물은 못하더라도.. 2012. 12. 28.
12월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제주 이사 전,몇 년 동안은 오기 어려울 곳들을 돌아보고 있다. 지난 주에는 남산 힐튼에 가 크리스마스트리와 미니열차를 보고 왔고,여의도 공원에 가서 주차하고 잠시나마 여유도 즐겼고,일산 킨텍스 뽀로로파크에 가서 주시경에게 뽀로로와 루피랑 악수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오늘은 버드나무 서초본점에 가서 국밥을 먹고,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다녀왔다. 아쿠아리움 표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연간회원답게 당당하고 씩씩하게 행렬을 뚫고 전진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평소에 불만스럽기도 했지만, 참으로 유용한 남편의 사전준비능력에 같이 간 동생과 살짝 감탄했다. 주시경이 친애해 마지않는 물고기 친구들을 보러 간 사이,동생과 나는 코엑스몰의 커피숍을 유모차를 끌고 전전하며 엉덩이를 붙이고 카페인의 힘을 빌릴 곳.. 2012. 12. 26.
과정일 뿐이야. 매일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갈 무렵차장 밖으로 비치는 조그만 카페의 노오란 불빛이 예뻐서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엄마와 아이들 생각에 '오늘은 아니야, 다음에' 라는 마음으로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마을버스에 올라탔는데, 외근을 끝내고 바로 집으로 퇴근하면서'30분만 더 시간을 보내다 가도 엄마가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두 눈 찔끔 감고 카페로 들어왔다. 밖에서 봤을 때 보다는 좀 더 비좁고, 생각보다 소란스러웠으며, BGM도 내 취향은 아니지만,금요일 저녁, 퇴근하는 사람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뭔가 그럴듯하게 창가 자리에 앉아, 놋북을 키고 마음껏 블로깅을 하는게 즐겁다. 선거가 끝나고, 후유증이 크다.새벽부터 투표를 하고, 올라가는.. 2012. 12. 21.
동생의 잠바 새벽에 잠이 깨 거실에 나오자아침을 준비하시던 엄마가 눈을 반짝이며 말씀하셨다. "봤니? 어젯 밤 동생 입고온 잠바. 정말 따뜻해 보이지.실장님이 사주신거래, 공연장에서 너무 춥다고, 정말 좋아 보이지?" 건성으로 '응' 대답하며 자리에 앉자,직접 잠바를 가지고 와 나를 보여주신다.입어보라며. 동생네 회사에서 단체로 맞춘 겨울 잠바.오리털인지 거위털인지 무척 따듯해 보인다. 동생은 졸업 후,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며 마음을 잡지 못했다.2년 전에야, 지금의 회사로 이직하여 제대로 된 직장인,사회인으로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중. 현실에 순응하고 바로 적응해 버리는 나와는 달리자기 꿈을 버리지 않으려는 친구라 지금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있지만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건 '차이', 나와 '다른' 거지 '틀리.. 2012. 12. 13.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식별하는 능력은 자아의 사회화에 무척 중요한 능력일 터이다.무엇이든 얘기하는 것이 선이라는 발상은 지나치게 억지스럽다. - 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무엇이든 이야기 하는 편에 속하고, 뒷담화보다는 앞담화를 선호하며 나름 뒷끝없다는 식으로 '쿨'함을 표방하려 하지만,돌아보면 누군가에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로 그들의 시간을 낭비했을 수도 있고(굉장히 많이, 오랫동안)상처를 줬을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그런 경험을 준 분들이 적지 않으니,게다가 한 분은 안타깝게도 나에 대한 뒷담을 메신저로 하다가 실수로 내게 다시 전달해 주지 않았던가. 7여년 전 일이고, 그녀는 기억이 나지 않겠지만 나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뒷끝없다는 나의 말은 '말'뿐인 허세에 지나지 않.. 2012. 12. 10.
서러운 마음에는 소라언니의 노래를 듣자. 한 달이 넘게, 미수채권 문제로 머리가 아프다.마지막, 전표를 정리하려는 순간. 이제 험하고 험한 모든 산을 넘었다고 생각한 순간.업체로부터 청천벽력과도 같은, 리스트 금액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계약서 문제로 이전부터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피기 시작했었는데,마지막 500개 CP리스트 금액이 잘못되었단 이야길 듣자, 정말 말 그래도 뚜껑이 열렸다. 아. 그 리스트를 몇 번이나 확인했었나. 계좌번호 오류부터 예금주 불일치, 심지어 금액에 소수점 2자리 나와 있어Round를 써서 깔끔하게 아주 완벽하게 정리했던 리스트가 아닌가. 이 일을 왜 내가 해야 하는지는 묻지 말자. 복불복이니. 눈이 오는 서울 하늘.모두들 하하호호 즐거운데, 나만 뚜껑이 열려서는 씩씩거리다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소주 한병.. 2012. 12. 6.
말하는 대로 올 초, 전세만료 되는 시점에 어디로 이사가야 하나 한창 고민할 때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여보 제주도로 발령나면 좋겠다' 라고 했었다.둘 다 '그러게' 라면서 웃고 말았는데. 이번 주 목요일, 제주에 집을 보러 내려간다.모든 일들이 갑작스럽게 결정되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해결되고 있다. 제주도에 있는 팀으로의 트랜스퍼. 공식적인 발령은 조만간 진행될 것이고, 그에 따라 처리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 있지만, '말하는 대로' 되었다. 모든 일에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기에내가 예상하는 것과는 다른 삶이 펼쳐질 수 있겠지만.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니지금은 충분히 기대하고 있어도 되지 않을까. 외벌이의 고달픔은 있겠지만,돈을 벌기 시작한 후로, 단 한번도 자발적생계부양자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 2012. 11. 27.
첫 돌, 축하해 이제와서 이야기지만,시성이를 가진 걸 알았을 때, 시경이는 경우 8개월 남짓이었고야근을 밥먹듯이 하던 때라서 몸이 슬금슬금 불어나고 와야 할 것이 늦춰지는걸 알면서도정말 혹여나 그것일 거라고는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도 심상치 않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퇴근 길 테스트기를 사가지고 와서잠을 설치다 새벽 2시에 화장실에서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통곡을 했고,너무 억울한 나머지 남편을 흔들어 깨우고, 내 인생 책임지라며 악다구니를 펼쳤다.자다 깬 남편이 처음엔 어처구니 없는 얼굴로, 그 다음엔 하얗게 질려서는 '미안해'를 연발하며돌아 누워자던 것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게 벌써 언제야.시경이는 태교랍시고 남편과 오글거리는 동화도 읽어주고, 동요도 맨날 듣고,마지막에는 조산기로 일찍 휴직을 해서 집에서 .. 2012.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