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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수요일 점심 시간 즐거운 데이트 한 단계 올라섰다고 느끼며 한숨 돌리고 나면 앞으로 갈 길이 멀고 여전히 아득하구나 한탄하게 된다. 잠깐 탄식하고는 다시, 오늘 하기로 한 일을 들여다보고 가능한 한 하나라도 더 해 놓는다. 내일의 나를 위해서.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나를 욕하지 않도록. - 퇴근길의 마음 / 이다혜 수요일 비오는 점심 시간이다. 비오는 수요일은 맥락없이 내가 좋아하는 날인데 이런 날은 나와 데이트 하는 것이 소중하다. 혼자 사무실을 나와 순대국을 한 그릇 후르륵 마시다시피 먹고 카페에 밀크티 한 잔을 두고 앉았다. 나와 잘 지내는 것이 9월의 목표가 되었다. 1. 암보험 가입 2. 퇴직연금 갱신(잘 알아보고) 3. 매일 거울 보고 미간 주름 짓는지 체크하고 자기 전 이마 한 번씩 문지르기(회사 책상에 둔 거울로 간간.. 2023. 9. 20.
케이크와 맥주 / 서머싯 몸 둘째가 최근 문학책에 빠져 있어 같이 도서관 책장에서 함께 책을 고르다 ‘케이크와 맥주’라는 제목이 흥미로워 읽게 되었다. 출판 당시 실존한 인물을 토대로 쓰인 책이라 해서(공식적으로는 부인했으나) 논란을 일으켰다. 작중 처세술이 뛰어난 앨로이 키어라는 작가는 몸의 20년 지기 휴 월폴로 추정되는데 심지어 그는 출판을 막으려고 까지 했다고 한다. 서머싯 몸은 그를 달래기 위해 "만약 자네가 이 작품에서 자네의 모습을 보았다면 우리가 대동소이할 뿐 결국은 같은 인간이기 때문일세"라는 편지를 전했다고 한다. 그가 묘사하는 인물들에서 작가의 말처럼 내 모습도 보게 되는 것 같아 책을 읽으며 소름이 돋기도 했다. 화자인 어센든은 소설가 에드워드 드리필드라는 작가의 전기를 집필해 달라는 동료 작가의 요청을 받는다.. 2023. 9. 16.
케이크와 맥주 대신 커피 한 잔 거리의 행인들은 낮의 느긋한 기운에 사로잡혀하던 일을 도중에 멈추고 인생이라는 그림을 쳐다보고 싶은 갑작스러운 충동이 든 것처럼 무심하게 걸어갔다. - 케이크와 맥주/ 서머싯 몸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QT를 하고 삼탠드라고 부르는 삼성스마트모니터를 켜서 뉴스도 시청한다(그렇다. 우리 집에 이제 TV가 생긴 것이다) 주자매를 깨워 황도와 키위, 쑥떡에 꿀을 뿌려 접시에 담고 케일사과 주스까지 차려 놓으니 미국 주식시장이 전일에 비해 3% 하락했다는 뉴스를 보며 맛나게 먹는다. 회사 갈 준비를 하고 밖을 내다 보니 너무도 아름다운 가을 이대로 판교행 지하철을 탈 수는 없다. 강릉 어디라도 떠나고 싶지만 다음 주 오픈할 한우가 날 기다리고 있어 양치를 하려다가 멈추고 서머싯 몸의 글처럼 9월의 아침 풍경이라는.. 2023. 9. 7.
2023년 서울숲 5차의 추억 알베트로 모라비아의 소설 「권태」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권태에 토끼몰이 당하는 짐승"이다. 일이든 관계든 취미 생활이든 익숙해지면 지루해진다. 심지어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삶은 고통 아니면 권태"라는 비판적인 말까지 남겼다. - 어른의 재미 / 진영호-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는 1년에 2회는 만나기로 암묵적 합의를 했는데 4월의 비오는 날 파전과 막걸리 약속이 각자의 사정으로 지연되면서 8월에나 돼서야 약속 시간을 잡을 수 있었다. 한 번 만나야지로 대부분의 대화가 마무리되었는데 아이들과 강원도 여행 중에 무심코 1편을 보게 되어 계속 시청 중인 '나는 솔로 돌싱 편 16기' 영숙과 상철의 에피소드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안 봐도 그만인 남의 연애사이지만 한 없이 가벼우면서도 쓸모없는 그러나.. 2023. 8. 30.
인정 받아야 할 두 사람 제가 제 인생을 쭉 뒤돌아 보니까 제가 인정받아야 할 사람은 딱 두 사람 밖에 없더라고요. 두 사람은 누굴까요? 배우자 아니에요. 자식도 아니에요. 15살 때의 나와 65살이 되었을 때의 나 내가 어렸을 때 꿈꿨던 사람이 지금 나여야 하고 내가 늙어서 은퇴하고 보니까 그때 내가 되게 멋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바랄게 없는 인생을 사는 거예요. 더 이상 남 눈치보지 말고 사세요 내 눈치보고 사시라고요. 15살과 여러분이 은퇴할 나이에 65세 때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다 했으면 아무 눈치 안 봐도 돼 김승호 회장님 강의 영상을 다운로드 받아 산책을 할 때 듣고 있는데 금요일 저녁 동네 한 바퀴를 걷다가 이 내용을 듣고 멈칫했다. 인정받아야 할 두 사람. 나도 모르게 가족 얼굴, 직장 상사 및 .. 2023. 7. 22.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 조우성 트위터의 추천으로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정말 한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본 듯 했다. 드라마 우영우 에피소드로도 활용된 소재 역시 실화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흡입력 있는 에피소드와 많은 사건을 겪으면서 현장에서 얻은 경험으로 쌓인 통찰 그리고 변호사님의 인간미가 느껴지는 글들이 마음을 울린다. 이전 회사 동료들의 불미스러운 일들을 가끔 전해 들을 때 마다 '탐욕'에 대해 생각한다. 나도 한 때는 미혹이 넘치는 업무를 맡았다. 당시 주변 동료와 회사의 지침이 '공정과 투명, 윤리의식, 도덕성 강조'였으며 융통성 제로에 가까운 나였기에 시킨대로 알려준대로 업무를 했는데 정말 다행스러웠다고 할까. 간혹 '밥 한번 할까요'로 시작된 만남이 '누구님이니까 특별히 한 번만 써보세요'로 발전해서 그 다음 단계를 밟고 .. 2023. 5. 27.